일자리를 본격적으로 구해보자고 마음은 먹었지만, 쉽지 않았다.
우선 그 유명한 호주 job site인 gumtree에 들어갔다. 하지만, 마치 이건 너네가 할 일들이 아니야.. 라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난 농장일은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패스~
베이비시터도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패스~
집을 떠나서 다른 도시로 옮길 생각도 없으니까 패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패스하다보니, 결국 갈만한 곳을 찾지 못했다.
우선 우리는 시티 주변을 돌면서 이력서를 돌려보기로 했다.
이력서는 두가지 버전으로 만들었다. 시티 근처에 호텔과 레스토랑 이 두가지 잡이 가장 많기 때문에
호텔 하우스키퍼 버전과 웨이트리스 버전 요렇게 두가지로 만들었다.
이력서는 근처 백팩커에서 돈을 주고 인쇄를 했다.
그리고 무작정 걸어다니며 가게와 호텔을 찾았다.
"Do you have any vacancy?"
여기 빈 자리 있나요?
반응은 세가지였다.
1. 매우 귀찮다는 듯 "NO!" 라고 외치는 반응
2. 너네 이런일 호주에서 해본 경험은 있니? 라고 냉정하게 되묻는 반응
3. 우쭈쭈 불쌍하구나 우리 호텔 이력서 폼이나 적고 돌아가렴 이라는 반응
정말 미칠 것 같았다. 내가 지금 나이먹고 여기서 뭐하는건가? 아씨 쪽팔려.. 그래도 좀 뽑아주지..
다리는 아프고, 목은 마르고, 마음은 타들어가고.. 정말 울고 싶었다.
내 얼굴이 결정적으로 시커멓게 변한 계기가 바로 이것이었다.
하루 종일 싸돌아다니다 보니 검게 그을릴 수 밖에..
요렇게 하루만 돌아다녔는데도 말 그대로 심신이 다 지쳐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한국을 떠날 때만해도 나의 배짱은 엄청나게 컸는데..
지금은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보려고 해도 그 조차도 허락이 안되는 상황이니...
기운 빠진 우리들을 데리고 룸메가 킹스파크에 야경을 보러 가자고 했다.
온지 하루만에 독일인 할아버지와 왔던 킹스파크보다 훨씬 멋지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제야 눈에 공원이 들어왔다.
웃기게도 호주 야경을 보면서 한국의 야경이 느껴졌다.
가로등 불빛, 달리는 차들, 빛나는 빌딩들..
왠지모를 그리움과 한국을 떠나기 얼마전 남산타워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며 결심했던 내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결심했다.
"뭐 어때? 나는 여기서 외국인인데 뭐.. 챙피하면 어때? 무시 당하면 또 어때? 이정도도 못견디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래?
힘내자. 분명 내가 여기 왔을 때는 이유가 있는거야. 어떻게든 잘 풀릴꺼야!"
이 날의 생각을 다시 해보니.. 지금 나의 상황에도 딱맞는 결심이구나 싶다.
" 뭐 어때? 취업이 좀 늦어지면!! 너에게 딱 맞는 뭔가가 나타날꺼야! 매 번 그래왔던 것 처럼! 힘내자!! 화이팅!"